안봉옥의 시집 『느티 말을 걸어오다』. 《열린문학》에 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인의 새로운 시들을 감상할 수 있다. 《내 섬에 가고 싶다》, 《느티, 말을 걸어오다》, 《어둠을 준비하는 호수》, 《천안함, 46명의 아들들》, 《시흥에 둥지를 틀며 》 등 다수의 시가 담았다.
이승현 시집 『어린 슬픔의 연가』. 이승현의 시는 기존의 시문법과는 다르게 무엇 하나 숨김없는 맑은 음성이 특징이다. 너무 맑아서 투명한 가을 하늘처럼 조심스럽게 읽게 된다. 또한 “그대 사랑 내 머리카락 끝에 젖은 작은 물방울처럼”(「봄비」) 독특한 상상력에서 촉발된 그녀의 재기발랄함 역시 어딘가 낯설고 새롭다.
최일화의 시집 『시간의 빛깔』. 총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2부엔 저자가 70여 일 동안 동북부 산티니케탄에 머물면서 쓴 작품을 주로 수록했다. 4부에서는 가족 갈등 문제를 다룬 작품이 다수 수록되어 있으며, 사적인 가족 갈등을 보편성을 띤 문학작품으로 형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엿보인다.
《바다 그리고 사랑》, 《그녀의 집에는》의 저자 박후식의 시집 『흐르는 강』. 아쉬움과 그리움이라는 정서를 강조했으며, 대상과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있다. 《강변에 가서》, 《하얀 고독》, 《나이 들어 외로울 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등 다양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송일순의 시집 『언짢은 사실』. 분명한 사실에서 작품들이 빚어지고, 매우 강한 미덕 하나를 시집 전반에 걸쳐 드러냈다. 표제작인 《언짢은 사실》을 비롯하여 《생닭집이 없던 그 시절》, 《집사람은 한글을 모른다》, 《은혜와 원수 맺음을 경계하였건만》, 《눈물이 앞설 때》 등으로 감상할 수 있다.
진솔한 삶을 영위하는 가운데 우러난 시적 창작욕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불타는 창작열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의 전위에 나서거나 무국적의 시를 양산하는 데 부심하기보다는 보기 드물게 순수한 시적 열정을 간직하며 시작에 정진해온 시인들. 『모래알은 물의 지문을 가지고 있다』는 그 진득한 열정의 새로운 결과물이다.